퍼포먼스 마케팅은 죽었다?
수년 전부터 업계에서는 “퍼포먼스 마케팅은 죽었다”는 말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타겟팅은 예전만큼 정교하게 쪼개기 어려워졌고, 추적 환경은 점점 더 제한되고 있습니다. iOS14 이후 개인 정보 보호 정책은 강화되었고, 서드파티 쿠키의 영향력은 줄어들었으며, 플랫폼들은 점점 더 많은 의사결정 권한을 알고리즘에게 넘기고 있습니다.
과거의 퍼포먼스 마케팅은 꽤 명확했습니다. 효율적인 타겟을 찾고, 캠페인 구조를 세밀하게 나누고, 랜딩 페이지를 최적화하고, 전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입찰과 예산을 조정하는 일이 핵심이었습니다. 같은 예산이라도 누가 더 낮은 CPA를 만들고, 누가 더 높은 ROAS를 만드는지가 퍼포먼스 마케터의 실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Meta는 Advantage+를 중심으로 캠페인 운영의 자동화를 강제하고 있고, Google 역시 PMax, AI Max 등 자동화 기반 광고 상품을 계속 확장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2026년 9월부터 기존의 동적검색광고를 없애고 모두 Ai Max로 강제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과거에는 마케터가 직접 세팅해야 했던 영역들잉 거의 다 없어지고 있습니다. 타겟을 세밀하게 나누고, 입찰을 조정하고, 매체별 세팅값을 최적화하던 영역은 빠르게 평준화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이제 퍼포먼스 마케팅은 끝난 것 아니냐”고요.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죽은 것은 퍼포먼스 마케팅이 아니라, 퍼포먼스를 만들던 과거의 공식입니다.
기술은 중요하지 않아!
과거에는 퍼포먼스 마케팅이 기술의 싸움에 가까웠습니다.
누가 더 정교하게 타겟팅하는가.
누가 더 잘게 캠페인을 나누는가.
누가 더 빠르게 데이터를 읽고 예산을 옮기는가.
누가 더 낮은 비용으로 전환을 만들어내는가.
이런 능력이 성과를 좌우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데이터 분석과 매체 운영 능력은 중요합니다.
다만 예전처럼 캠페인 최적화 세팅만으로 압도적인 차이를 만들기는 어려워졌습니다. 플랫폼이 자동화될수록 사람이 개입할 수 있는 기술적 조정 영역은 줄어듭니다. 알고리즘은 더 많은 데이터를 보고, 더 빠르게 판단하고, 더 많은 조합을 테스트합니다.
이제 단순히 “최적화 방법론을 잘 아는 사람”은 경쟁력이 약해집니다.
그렇다면 퍼포먼스 마케터의 역할은 사라지는 걸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더 어려워졌습니다.
알고리즘이 잘 작동하려면 좋은 신호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신호는 숫자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유저의 심리, 구매 맥락, 콘텐츠의 설득력, 랜딩 경험, 매체별 소비 방식이 모두 결합되어야 합니다.
결국 자동화 시대의 퍼포먼스 마케터는 더 이상 버튼을 많이 만지는 사람이 아닙니다.
알고리즘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퍼포먼스 마케터는 시장, 콘텐츠, 미디어, 데이터를 연결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콘텐츠 마케터 VS 퍼포먼스 마케터?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유저의 심리와 맥락을 이해하고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면, 그건 콘텐츠 마케터나 브랜드 마케터가 하는 일과 똑같은 것 아닌가?”
과거에는 역할이 비교적 명확하게 나뉘어 있었습니다. 콘텐츠 마케터는 이야기를 만들고, 퍼포먼스 마케터는 그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경계가 흐려지고 있습니다.
좋은 콘텐츠가 없으면 알고리즘은 반응할 신호를 찾기 어렵습니다. 좋은 스토리가 없으면 아무리 예산을 써도 유저는 반응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좋은 콘텐츠가 있더라도, 그것이 어떤 매체에서 어떤 방식으로 소비되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같은 메시지라도 Meta에서는 릴스형 영상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Google에서는 검색 의도와 랜딩 페이지 구조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에서는 검색, 쇼핑, 콘텐츠 접점이 결합된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 토스, 크리테오, 리테일 미디어, DOOH는 또 다른 방식으로 유저를 만납니다.
즉,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콘텐츠가 어느 미디어에서, 어떤 맥락으로, 어떤 유저에게, 어떤 성과 지표로 작동하는지를 설계해야 합니다. 이 지점에서 퍼포먼스 마케터의 역할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복잡해지게 되는 것이죠.
퍼포먼스 마케터는 이제 단순히 광고를 운영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콘텐츠가 성과로 전환되는 미디어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퍼포먼스 마케터라는 ‘직무명’은 없어질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측정 가능한 모든 접점이 퍼포먼스 미디어가 된다
퍼포먼스 마케팅의 본질이 '디지털 광고 세팅'이 아니라 측정 가능한 미디어를 조합해 비즈니스 성과를 만드는 일이라면, 측정 가능한 미디어가 늘어날수록 퍼포먼스 마케팅의 영역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넓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선, 오프라인이 광고 접점이 되고 있습니다. 리테일 스토어 자체가 측정 가능한 미디어가 되어가는 흐름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미국에서는 월마트가 비지오(Vizio)를 인수해 TV 운영체제를 직접 소유하고 자체 광고를 집행하고 있고, 아마존은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스포츠 중계와 광고를 결합했습니다.
한국도 다르지 않습니다. 쿠팡은 쿠팡플레이로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하고 있고, 네이버는 검색-쇼핑-라이브 커머스를 하나의 광고 생태계로 묶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특히, 이미 에드부스트스크린(AdBoost Screen), 즉 DOOH(디지털 옥외광고) 지면을 GFA(성과형 디스플레이 광고)를 통해 집행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터가 믹스하는 매체가 포털과 SNS를 넘어 물리적 공간의 스크린으로 확장되고 있는 거죠.
디지털 매체의 물리적 제약이 사라진다
기존 퍼포먼스 마케팅에는 하나의 공통된 전제조건이 있었습니다. 유저가 기기를 손에 쥐고 사용하고 있어야 하는 상태라는 것. 폰을 보거나, 검색을 하거나. 그 물리적 상황이 가장 기본 조건이었습니다. 사람의 주의(attention) - 콘텐츠 소비, 검색 등을 필요로 하는 것이죠. 그 전제 위에서 타겟팅이 설계되고, 지표가 측정되고, 캠페인이 최적화됐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전제가 무너질 겁니다.
매체가 기기 밖으로 나오면서, 유저가 폰을 사용하지 않아도 광고를 디지털 광고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어디서든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든 광고를 설계하고 분석해야 합니다. 타겟팅의 기준도 달라집니다. 위치, 현재 상황, 착용 시간 — 클릭과 조회 중심의 기존 지표로는 잡히지 않는 변수들이 등장합니다.
전통 매체와 디지털 미디어의 경계가 사라지고, 모든 미디어가 측정 가능하고 최적화 가능한 퍼포먼스 매체가 됩니다.
그런 시대에서는 미디어 믹스는 더 중요해질 거예요. 어떤 매체에서 어떤 타겟에게 어떤 맥락으로 닿을 것인지를 설계하는 능력이 퍼포먼스 마케터의 진짜 역할이 되는 것이죠.
자동차, 글래스, 웨어러블도 미디어가 될까?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되면, 자동차 안에서의 시간은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게 됩니다. 사람이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 차 안의 시간은 이동 시간이 아니라 소비 가능한 시간이 됩니다.
광고의 본질 중 하나는 결국 사람들의 시간을 확보하는 일입니다. 사람들이 머무는 곳에는 콘텐츠가 들어서고, 콘텐츠가 들어서는 곳에는 광고가 들어섭니다. 그 광고가 차량 내부 디스플레이일 수도 있습니다. 대시보드일 수도 있습니다. 전면 유리 위의 증강현실 화면일 수도 있습니다.
스마트 글래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계, 신발, 웨어러블 디바이스, 가전, 매장 디스플레이, 도시의 DOOH까지. 디지털 정보가 표시될 수 있는 거의 모든 공간은 광고 접점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접점이 무분별한 광고판이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미디어가 개인화될수록 광고는 더 조심스럽게 설계되어야 합니다. 스마트 글래스를 쓰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같은 광고를 송출하는 방식은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위치, 상황, 시간, 행동, 관심사, 구매 가능성, 현재 맥락에 따라 광고는 훨씬 더 정교하게 판단되어야 합니다.
즉, 앞으로의 광고는 더 많은 미디어에 노출되지만, 동시에 더 깊은 맥락 이해를 요구하게 됩니다.
이것은 퍼포먼스 마케팅의 종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퍼포먼스 마케팅이 다뤄야 할 미디어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전통매체와 뉴미디어의 경계가 사라진다
과거에는 전통매체와 디지털 매체의 구분이 비교적 명확했습니다.
TV, 라디오, 옥외광고, 매장 광고는 전통매체에 가까웠습니다.
검색광고, SNS 광고, 디스플레이 광고, 앱 광고는 디지털 퍼포먼스 매체에 가까웠습니다.
전통매체는 대규모 노출에 강했지만 측정이 어려웠습니다.
디지털 매체는 상대적으로 정밀한 타겟팅과 성과 측정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이 경계는 점점 무너지고 있습니다.
커넥티드 TV는 TV이면서 디지털 광고 매체입니다.
DOOH는 옥외광고이면서 데이터 기반으로 송출될 수 있습니다.
리테일 매장은 오프라인 공간이면서 구매 데이터 기반 광고 지면이 됩니다.
커머스 플랫폼은 판매 채널이면서 광고 플랫폼이 됩니다.
앞으로 더 많은 미디어는 측정할 수 있고, 계획할 수 있고, 최적화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뀔 것입니다.
그러면 중요한 것은 단순히 “어떤 광고를 만들 것인가”가 아닙니다.
어떤 미디어를 선택하고, 어떤 순서로 조합하고, 어떤 맥락에서 노출하고, 어떤 지표로 판단할 것인가가 더 중요해집니다.
결국 미디어 믹스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입니다.
AI가 입찰을 대신하고, 알고리즘이 타겟팅을 대신하고, 플랫폼이 캠페인 최적화를 자동화할수록 사람에게 남는 일은 더 본질적인 쪽으로 이동합니다.
우리는 누구에게 말할 것인가.
어떤 상황에서 말할 것인가.
어떤 미디어를 통해 말할 것인가.
어떤 이야기로 반응을 만들 것인가.
그리고 그 반응을 어떤 성과로 해석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능력이 앞으로의 퍼포먼스 마케팅 역량이 됩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죽지 않았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죽지 않았습니다.
다만 과거의 퍼포먼스 마케팅은 끝나가고 있습니다.
타겟을 잘게 쪼개고, 입찰을 손으로 조정하고, 캠페인 구조를 복잡하게 나누는 것만으로 성과를 만들던 시대는 분명히 끝나가고 있습니다. 기술적 세팅의 차별성은 줄어들고, 데이터 분석 역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AI가 그 일의 상당 부분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서 퍼포먼스 마케터가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퍼포먼스 마케터에게 요구되는 수준이 높아집니다.
좋은 콘텐츠를 알아보는 눈.
유저의 심리와 맥락을 읽는 능력.
매체별 소비 방식을 이해하는 감각.
브랜드의 메시지를 성과 구조로 바꾸는 설계력.
그리고 다양한 미디어를 연결해 비즈니스 결과를 만드는 판단력.
이 모든 것이 앞으로의 퍼포먼스 마케팅 역량이 될 것입니다.
과거의 퍼포먼스 마케팅이 숫자를 최적화하는 일이었다면, 앞으로의 퍼포먼스 마케팅은 맥락을 최적화하는 일에 가까워질 것입니다.
좋은 스토리가 없으면 알고리즘은 반응할 신호를 찾지 못합니다.
좋은 미디어 설계가 없으면 좋은 콘텐츠도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좋은 데이터 해석이 없으면 어떤 반응이 진짜 성과인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가장 강한 마케터는 숫자만 잘 다루는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좋은 콘텐츠만 만드는 사람도 아닐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맥락을 이해하고, 그 맥락에 맞는 미디어를 선택하며, 알고리즘이 그것을 더 크게 증폭하도록 설계할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AI 시대의 잘 나가는 퍼포먼스 마케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