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렛 요한슨이 만든 스킨케어 브랜드가 문을 닫았습니다. 할리우드 스타의 이름을 달고 출발했고, 세포라와 아마존에도 진출했던 The Outset의 이야기인데요.
미국 현지 시간 9월 28일, 브랜드 공식 사이트에는 사업을 종료한다는 안내와 함께 자사몰 판매가 끝났다는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기존 주문은 정상적으로 처리한다고 밝혔지만, 사업 종료의 구체적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이 소식을 다룬 ADWEEK은 스칼렛 요한슨이 브랜드 마케팅의 전면에 충분히 나서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는데요. 자신의 이름에만 의존하지 않는 브랜드를 만들려다, 가장 강력한 홍보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죠.
그럴듯한 설명입니다. 다만 그렇다면 떠오르는 궁금증이 있는데요. 스칼렛 요한슨이 모델로 더 자주 등장했다면, 이 브랜드는 살 수 있을까요?
1. 이름을 빌리는 것 vs 브랜드를 만드는 것
The Outset은 2022년 요한슨과 케이트 포스터가 함께 설립한 스킨케어 브랜드입니다. 자사몰에서 출발해 세포라, 아마존, 노드스트롬 등으로 판매 접점을 넓혔습니다.
브랜드가 앞세운 방향은 클린 뷰티와 간결한 스킨케어 루틴이었습니다. 비건, 무향(Fragrance-free), 글루텐 프리, 견과류 알레르기 유발 성분 배제 등을 강조하고, 클렌저와 세럼, 모이스처라이저처럼 매일 사용하는 기본 제품을 중심으로 구성했죠. 화려한 셀럽의 이미지보다 일상에서 꾸준히 쓰는 스킨케어에 무게를 둔 것이죠.
이런 방향은 요한슨의 이름에만 의존하지 않는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의도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소비자가 제품을 고를 때 창업자의 얼굴보다 제품 자체를 먼저 보기를 바랐던 셈인데요.
다만 신규 브랜드가 고객을 처음 만나는 순간에는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무향 보습제’라는 설명만으로는 지나쳤을 사람도 ‘스칼렛 요한슨이 만든 보습제’에는 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익숙한 이름이 낯선 제품을 살펴볼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죠. 제품으로 인정받겠다는 목표와, 처음 관심을 얻기 위해 창업자의 유명세를 활용하는 선택은 충분히 함께 갈 수 있습니다.
기사를 실은 ADWEEK은 The Outset이 이 자산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요한슨을 마케팅 전면에 더 적극적으로 내세웠다면,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의 연결도 강해졌을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요한슨은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는 데 너무 소극적이었을까요?
2. 정말 스칼렛 요한슨이 마케팅하지 않아서 실패했을까?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사실은, 스칼렛 요한슨이 브랜드 홍보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란 사실입니다. 공식적인 모델 촬영 외에도, 브랜드 틱톡 계정에 등장해 화력 지원을 한 사례가 적지 않거든요.
물론 틱톡 영상을 보고 홍보 지원이 충분했다고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반대로 창업자가 홍보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이 끝났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고객 획득 비용, 재구매율, 채널별 이익이나 자금 상황을 알 수 없기에, 어느 지점에서 사업의 성패가 갈렸는지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바로 ‘셀럽이 더 적극적으로 홍보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x틱톡 영상에 더 자주 나왔다면 관심과 구매를 늘렸을 가능성은 있겠죠. 그러나 그 관심이 얼마나 오래 이어졌을지, 추가로 발생한 매출이 사업을 유지할 만큼의 이익을 남겼을지는 별개의 질문입니다.
유명세가 브랜드를 발견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계속 선택하게 만드는 이유까지 해결해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3. 스칼렛 요한슨 때문에 샀다면, 다음은?
셀럽 브랜드의 첫 구매에는 여러 동기가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배우가 만든 제품이라 궁금할 수도 있고, 그 배우의 피부나 라이프스타일을 닮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창업자가 직접 사용한다는 이야기가 제품에 대한 신뢰로 이어질 수도 있겠죠.
이런 동기를 가볍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신규 브랜드가 고객의 관심을 얻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이미 알려진 이름은 상당히 유리한 출발점입니다.
다만 제품을 받아 사용한 이후에는 고객이 평가할 수 있는 정보가 달라집니다. 직접 제형을 만져보고, 다른 제품과 함께 사용하고, 한 통을 비워보게 되니까요. 구매 전에는 창업자의 이야기가 제품에 대한 기대를 만들었다면, 구매 후에는 자신의 경험이 다음 선택에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요한슨이 만든 세럼이라서 처음 구매한 고객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이 고객이 다시 구매할 때는 ‘스칼렛 요한슨의 브랜드’라는 사실에 더해, ‘아침에 사용하기 편했다’, ‘내가 원하는 사용감이었다’, ‘이 가격이면 계속 쓸 만하다’ 같은 이유가 생겨야 합니다. 첫 구매의 이유가 제품을 사용한 뒤에도 이어지거나, 새로운 이유로 보강되어야 하는 것이죠.
이 관점에서 셀럽 브랜드를 운영한다면, 창업자의 노출을 늘리는 것과 함께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창업자 때문에 들어온 고객이 어떤 제품을 선택하고, 사용 후 무엇을 좋아하며, 실제로 다시 구매하는지입니다. 반응이 좋았던 영상의 조회수와 제품을 계속 사용하는 고객의 수 사이에는 생각보다 긴 거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4. 좋은 유통망을 확보해도, 고객의 선택은 남는다
The Outset이 세포라와 아마존, 노드스트롬으로 판매 접점을 넓혔다는 사실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고객이 제품을 발견하고 구매할 기회는 확보했던 셈인데요.
하지만 브랜드 입장에서는 입점이 큰 성과여도, 고객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하나 늘어난 것일 수 있습니다. 매장이나 검색 결과에서 처음 보는 고객은 브랜드의 입점 과정과 개발에 들인 노력을 알지 못합니다. 눈앞에 있는 다른 제품과 비교하면서 자신에게 맞는지를 판단하겠죠.
가령 아마존에서 판매를 시작한 가상의 보습 세럼을 생각해보겠습니다. 브랜드는 비건 처방과 무향, 간결한 루틴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고객이 비교하는 제품들도 비슷한 특징을 갖고 있다면, 그 설명만으로 선택을 받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고객이 비교하는 기준을 이해하는 일입니다. 사용감 때문에 제품을 바꾸려는 사람인지, 가격 부담을 줄이려는 사람인지, 기존 루틴에 추가할 제품을 찾는 사람인지에 따라 설득할 내용이 달라집니다. 브랜드가 자랑하고 싶은 특징이 고객이 가장 궁금해하는 정보와 일치하는지도 살펴봐야 하죠.
해외 진출을 준비할 때 이 질문은 더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미국에서 팔 수 있는 제품인가?’를 넘어, ‘미국 고객이 어떤 제품과 비교하고, 왜 우리 제품을 선택할 것인가?’에 답해야 하니까요.
유통망을 확보한 뒤에는 판매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도 함께 봐야 합니다. 광고나 할인으로 구매를 늘릴 수 있더라도, 그 비용을 반영한 뒤 얼마가 남는지에 따라 확장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집니다. 판매처가 늘어난다는 기대만으로 재고와 마케팅 투자를 먼저 확대하면, 실제 판매 속도가 예상에 못 미쳤을 때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 The Outset의 상황이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유명한 창업자와 주요 유통망이라는 외부의 성과만으로는, 브랜드가 지속 가능한 사업을 만들었는지까지 판단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5. 유명세가 없는 브랜드라면 무엇을 배워야 할까?
대부분의 신규 브랜드에는 스칼렛 요한슨 같은 초특급 셀럽 창업자가 없습니다. 처음 관심을 얻는 일부터 직접 풀어야 하죠.
대신 브랜드가 확보한 기회를 어떻게 다음 구매로 이어갈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인플루언서 콘텐츠가 관심을 만들었다면 제품 페이지에서 무엇으로 구매를 설득할지, 첫 구매가 발생했다면 어떤 경험이 재구매로 이어지는지, 판매 채널을 넓힌다면 추가 비용을 감당할 만큼 수요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루터스컴퍼니 역시 뷰티 브랜드를 준비하면서 제품과 패키지, 판매 채널처럼 눈에 보이는 준비에 많은 시간을 쓰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고객은 왜 지금 쓰는 제품을 두고 우리 제품을 선택할까?’라는 질문을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준비한 것이 많아질수록 고객도 그 가치를 알아줄 것이라고 기대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스칼렛 요한슨이 마케팅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했다면 The Outset이 살아남았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새로운 브랜드를 준비하는 우리가 답해야 할 질문은 조금 더 분명합니다.
“어떻게 다시 찾아오게 할 것인가?”
참고자료
The Outset 공식 사이트 https://theoutset.com/
Andrea Michelson, ADWEEK, “Why Scarlett Johansson's Low-Profile Beauty Brand Couldn't Last”, 2026년 10월 1일.
Amy Francombe, Vogue Business, “Are brand employees the new influencers?”, 2025년 2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