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엣지가 ‘AI가 절대 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AI도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비유를 만들고, 설득력 있는 문장을 쓰니까요.
“AI가 타겟도 찾고, 입찰도 조정하고,
광고 소재까지 만들어주면 퍼포먼스 마케터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광고 운영을 자동화하는 기능이 늘어날수록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예전에는 어떤 타겟을 설정하고 캠페인을 어떻게 나눌지에 많은 시간을 썼다면, 이제는 플랫폼이 그중 상당 부분을 맡아주니까요. 소재를 만드는 일도 훨씬 쉬워졌습니다. 제품 사진과 몇 줄의 설명만으로 여러 이미지와 카피를 만들어낼 수 있죠.
그렇다면 앞으로 마케터의 경쟁력은 AI를 활용해 소재를 최대한 많이 만드는 데 있을까요? 물론 제작 속도와 비용을 효율화하고 테스트 범위를 넓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 필수적으로 캐치업을 해야 합니다.
다만 그 전에 생각해볼 포인트가 있습니다. 소재의 개수가 무한대로 늘어나는 만큼, 소비자가 제품의 장점을 받아들이는 관점도 다양해지고 있는지 말이죠.
저는 크리에이티브에서 마케터가 더할 수 있는 차이 중 하나가 리프레이밍(Reframing)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같은 제품의 장점을 다른 관점으로 보여주어, 소비자가 그 가치를 더 쉽게 체감하게 만드는 능력을 뜻하죠.
1. AI 시대, 퍼포먼스 마케팅은 어떻게 달라질까?
Agentic AI는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작업을 계획하고 도구를 활용하며 실행하는 AI를 뜻합니다. 질문에 답하거나 결과물을 생성하는 수준에서, 여러 단계의 일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역할이 넓어지는 것이죠.
광고에서도 자동화의 범위는 계속 확장되고 있습니다. 메타 광고의 Advantage+는 타겟, 예산 배분, 입찰 등 캠페인 운영의 여러 영역을 자동화하고 있습니다. 안드로메다(Andromeda)는 수많은 광고 후보 가운데 개인에게 적합한 광고를 추리는 검색 엔진이고요. 안드로메다 자체가 AI 에이전트인 것은 아니지만, 광고 운영의 상당 부분이 시스템 안에서 처리되는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죠.
메타는 2026년 1월 발표를 통해, 광고 최적화와 계정 지원을 돕는 AI 비즈니스 어시스턴트의 테스트와 확대 계획을 소개했습니다. 광고를 만들어 전달하는 시스템뿐 아니라, 마케터가 광고를 운영하는 과정에도 AI가 들어오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캠페인 최적화가 의미 없어졌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무엇을 학습시킬지, 어느 정도의 비용까지 감당할지, 어떤 데이터를 학습에 사용할지는 여전히 중요하죠. 다만 2026년 현재에 타겟과 구조, 입찰 최적화 만으로 차이를 만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관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겁니다.
그래서 그만큼 소재 기획에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같은 플랫폼의 자동화 기능을 사용하더라도,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제품과 이야기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많은 대행사와 마케터가 AI를 활용한 소재 대량 제작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마찬가지고요). 같은 제품으로 수십 개의 카피와 이미지를 만들어 테스트하는 것이죠. 이전에는 제작 시간 때문에 시도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도 실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앞서 이야기했듯, 소재를 대량으로 만들어 테스트하면 ROAS를 개선할 가능성은 확률적으로 높아지겠지만, 그렇다고 소재의 개수가 늘어나는 만큼 새로운 가치 제안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겠죠.
AI가 수많은 소재를 자동으로 만들어내는 시대, 마케터는 여기에 어떤 차이를 더할 수 있을까요?
2. AI와 함께 일할 때 필요한 휴먼 엣지
휴먼 엣지(Human Edge)는 AI와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더할 수 있는 강점이나 경쟁력을 뜻하는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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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엣지가 왜 중요할까요? 인간과 AI의 협업을 다룬 연구에서 그 이유를 엿볼 수 있는데요.
1) 2023년 하버드 연구진과 BCG가 컨설턴트 75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AI가 잘 수행하는 과제에서 업무 속도와 품질이 개선됐지만, 그 효과가 모든 과제에 동일하게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 비슷하게 보이는 업무라도 AI의 능력이 고르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창의성과 관련해서도 흥미로운 연구가 있습니다. 2) 2024년 《Science Advances》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AI가 제공한 아이디어를 활용한 짧은 이야기들이 개별 창의성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동시에 결과물들은 서로 더 비슷해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연구가 마케터의 광고 성과에 직접적으로 인사이트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개별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과 전체 아이디어의 다양성을 넓히는 일이 같지는 않다는 점은 소재 기획에도 참고할 만한 포인트라고 생각했습니다.
즉, AI로 매력적인 표현을 만들어 내는 일은 점점 더 쉬워지겠지만 그 표현들이 모두 비슷한 구매 이유를 이야기하고 있다면, 다른 출발점을 제안하는 사람이 필요하겠죠. 소비자가 제품을 바라보는 기준을 바꿔보는 것입니다.
3. 메타 광고에서 필요한 휴먼 엣지 : 리프레이밍
퍼포먼스 마케팅에는 전략, 데이터 해석, 예산 판단 등 여러 역량이 요구하지만, 그중 크리에이티브에 한정해 이야기를 한다면 저는 리프레이밍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프레이밍(Framing)은 어떤 사실을 특정한 틀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리프레이밍은 그 틀을 바꿔 다시 바라보게 하는 것이고요. 광고에서는 같은 USP를 소비자가 다른 기준으로 이해하도록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싸다’라는 장점은 어떻게 리프레이밍할 수 있을까요?
싸다의 다른 표현 (예시) | 소비자가 가격을 이해하는 기준 |
|---|---|
50% 할인 | 원래 가격보다 얼마나 아낄 수 있는가 |
이거 다 해서 3만 원 | 이 돈으로 얼마나 많이 살 수 있는가 |
하루 1,000원으로 | 하루 단위로 생각하면 얼마나 부담이 적은가 |
커피 한 잔 값으로 일주일을 | 익숙한 지출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인가 |
첫 구매 0원 | 처음 시도할 때 비용 부담이 얼마나 작은가 |
위와 같이 싸다라는 무미 건조한 표현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할 수 있겠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문장/표현의 차이보다 소비자가 느끼는 비교 기준의 차이입니다. 할인율로 보여줄 수도 있고, 구매할 수 있는 양이나 일상적인 지출로 보여줄 수도 있죠.
Case Study
루터스컴퍼니가 와이즐리(Wisely)의 광고를 진행했을 때도 비슷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와이즐리는 뷰티 · 생활용품 · 식품 · 건강기능식품 등 1,000개 이상의 고품질 제품을 멤버십 고객에게 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판매하는 쇼핑몰입니다. 그래서 품질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점을 소비자에게 잘 전달할 필요가 있었죠.
그래서 루터스컴퍼니는 ‘거품 없는’, ‘제로마진’, ‘경쟁 제품과의 가격 비교’, ‘첫 구매 0원’ 등 여러 방식으로 표현하고 테스트해봤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은 ‘이거 다 해서 N만 원’이라는 카피였죠.
가령 5만 원이라는 금액을 정하고, 그 안에서 구매할 수 있는 품질 좋고 저렴한 상품을 최대한 많이 모아 시각적으로 강조하는 것입니다. 소비자는 개별 상품의 가격을 자세히 몰라도, 화면에 놓인 상품의 양과 전체 금액을 함께 보며 가격의 매력을 체감할 수 있었죠.
‘제로마진’이라는 키워드는 왜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줍니다. 반면 ‘이거 다 해서 N만 원’은 내가 지불할 돈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저렴하다는 같은 장점을 이야기하더라도, 소비자가 이해하는 방식은 달랐던 것이죠.
또한, 카피만큼 시각적 구성(비주얼)도 중요합니다. 상품 하나 옆에 저렴한 가격을 적는 것과 여러 상품을 펼쳐놓고 총액을 보여주는 것은 느낌이 다르니까요. 리프레이밍은 문장뿐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지까지 포함하는 작업입니다.
다른 케이스도 예를 들어 볼까요? 여러분이 폭 16cm의 초슬림 정수기를 광고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폭 16cm’는 정확한 수치이지만, ‘손 한 뼘 크기’로 표현하면 소비자는 자신의 손이라는 익숙한 비교 대상을 통해 정수기의 작은 크기를 심상화하며 체감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정수기를 놓고도 도마 펼칠 자리는 남도록’이라는 장면을 더하면, 그 크기가 자신의 생활에서 어떤 의미인지 떠올릴 수 있죠.
4. 리프레이밍 능력을 기르려면?
리프레이밍의 바탕에는 제품에 대한 이해와 소비자에 대한 관찰이 있습니다. 무엇이 좋은지 모르거나, 누구에게 필요한지 모르면 관점을 바꾸기도 어렵기 때문이겠죠.
제품과 소비자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가졌다면, 여기에 더해 표현을 설계하는 수사적 감각이 필요합니다.
수사적 감각은 비유, 비교, 대비, 강조 등을 활용해 상대가 의미를 쉽게 이해하고 설득되도록 표현하는 감각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려운 말이나 멋진 문장을 많이 아는 것이 아닌, ‘16cm’를 ‘손 한 뼘’으로 바꿨을 때 이해가 빨라진다는 것을 알아채는 감각에 가깝죠.
수사적 감각을 기르려면 박물관이나 전시를 자주 보고, 많은 책을 읽고, 좋은 광고를 찾아보는 습관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자체로 표현의 재료에 대한 인지적 범위를 늘려주기 때문이죠.
다만 이를 실무에서 활용하려면 직접 바꿔보고 적어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하나의 장점을 놓고, 다른 각도로 계속 표현해보는 것입니다.
단어를 바꾸기 전에 기준을 바꿔보기
먼저 ‘저렴하다’를 ‘경제적이다’로 바꾸는 것 처럼 단순히 동일한 의미의 다른 표현이나 문장을 적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가격을 판단하는 기준을 바꾸는 것이죠.
가령, 전체 구매 금액으로 보여줄 것인지, 하루 사용 비용으로 나눌 것인지, 다른 상품과 비교할 것인지, 같은 돈으로 얻을 수 있는 양을 보여줄 것인지 생각해보는 것이죠. 각각의 표현이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설득력이 있을지도 함께 적어보면 좋습니다.
같은 장점을 두고 아래 질문을 번갈아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이미 알고 있는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이 장점은 어떤 번거로움이나 부담을 덜어줄까?
하루 중 언제 가장 필요할까?
사용한 뒤 달라지는 장면은 무엇일까?
설명 없이 이미지로 보여준다면 무엇을 담아야 할까?
‘데일리로 입기 좋은 옷’도 출근 준비가 바쁜 사람에게는 코디 시간을 줄여주는 옷이 될 수 있고,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여러 일정에 활용할 수 있는 옷이 될 수 있습니다. 같은 제품에서도 소비자의 상황을 바꾸면 강조할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죠.
카피와 이미지를 함께 기획하기
문장이 떠올랐다면 어떤 이미지가 있어야 그 말을 체감할 수 있을지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손 한 뼘 크기’라면 손과 제품을 함께 보여주는 구도가 어울릴 수 있습니다. ‘이거 다 해서 N만 원’이라면 실제 구성에 포함된 상품을 한눈에 볼 수 있어야겠죠. 리프레이밍이 잘됐는지 확인하는 방법 중 하나는, 카피와 이미지를 보고 소비자가 어떤 장면을 떠올릴지 설명해보는 것입니다.
물론 리프레이밍 연습을 하며 AI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단순히 ‘이 제품의 카피 30개를 만들어줘’에서 조금 더 나아가, ‘전체 구매 금액, 하루 비용, 익숙한 지출과의 비교, 첫 구매 부담이라는 네 가지 기준으로 표현해줘’라고 요청해보는 것이죠.
그렇게 얻은 표현 중 제품의 사실에 맞는 것은 무엇인지, 실제 소비자의 고민과 연결되는 것은 무엇인지 골라봅니다. 이후 광고 테스트를 통해 반응을 확인하고, 다음 소재의 관점을 다시 조정하는 것이죠. AI로 표현을 넓히는 과정과 마케터가 판단하는 과정이 함께 갈 수 있습니다.
5. 소재 하나를 더 만들기 전에
AI를 활용하면 훨씬 많은 대량의 소재를 만들고 테스트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 기능을 잘 활용하되, 제작 속도와 함께 소비자에게 보여줄 관점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루터스커퍼니가 기획한 ‘이거 다 해서 N만 원’의 카피도 완전히 새로운 표현이나 장점을 발견한 것은 아니었겠죠. 이미 가지고 있던 가격 경쟁력을 소비자가 한눈에 체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보여준 것 뿐입니다.
소재를 하나 더 만들기 전에 같은 장점을 다른 기준으로 보여줄 방법을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할인율을 보고 지나쳤던 사람에게는 구매할 수 있는 양이 와닿을 수 있고, 숫자로는 이해되지 않던 크기가 손 한 뼘으로 표현되면 바로 떠오를 수도 있으니까요.
제품이 가진 장점에서 출발해,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표현과 장면을 찾아내는 것. 저희는 이런 리프레이밍 능력이 AI와 함께 일하는 퍼포먼스 마케터에게 필요한 휴먼 엣지라고 생각합니다.
1) 「Navigating the Jagged Technological Frontier: Field Experimental Evidence of the Effects of Artificial Intelligence on Knowledge Worker Pr828oductivity and Quality」
Harvard Business School Technology & Operations Mgt. Unit Working Paper No. 24-013
2) 「Generative AI enhances individual creativity but reduces the collective diversity of novel content」
Anil R. Doshi and Oliver P. Hauser
Science Advances
12 Jul 2024
Vol 10, Issue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