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성장 전략, 신규 고객 VS 기존 고객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파레토 법칙은 틀렸습니다.
May 11, 2026
브랜드 성장 전략, 신규 고객 VS 기존 고객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

마케팅을 하다 보면 한 번쯤 부딪히는 질문이 있습니다.

"신규 고객을 데려오는 게 먼저일까, 기존 고객을 잘 관리하는 게 먼저일까?"

광고비를 어디에 쓸지, CRM에 얼마를 투입할지, 멤버십 프로그램을 만들지 말지 결국 다 이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우리는 보통 이렇게 배웠습니다.

"신규 고객 한 명을 데려오는 비용이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비용보다 5배 비싸다."

마케터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언명령’과도 같은 이 내용. 실제로 많은 브랜드가 "기존 고객 관리가 답"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충성 고객, 멤버십, VIP 프로그램에 예산을 붓습니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통념이 흔들리고 있다

"20%의 충성 고객이 매출의 80%를 만든다"는 말의 진실

이 통념의 출처는 파레토 법칙입니다. 너무나 익숙한 말이죠. 그래서 많은 브랜드가 "상위 20% 충성 고객"에 집중하는 전략을 짭니다.

그런데 호주의 한 연구소가 수십 년치 실제 구매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사실은 조금 달랐습니다. 실제 분포는 아래와 같습니다.

상위 20% 고객이 만드는 매출 → 약 50~60%

나머지 80% 고객이 만드는 매출 → 약 40~50%

즉 "20:80"이 아니라 "20:50~60" 에 가깝다는 겁니다.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어쩌다 한 번 사는" 라이트 유저에게서 나온다는 것이죠.

바이런 샤프, 마케팅의 통념을 뒤집다

이 연구를 주도한 사람이 호주 마케팅 학자 바이런 샤프(Byron Sharp) 입니다. 그가 쓴 『브랜딩의 과학(How Brands Grow)』은 코카콜라, P&G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마케팅 방향을 실제로 바꿨습니다.

샤프 이론의 핵심, 더블 제퍼디 법칙

더블 제퍼디 법칙이란 무엇인가

샤프 이론의 핵심에는 더블 제퍼디 법칙(Double Jeopardy Law) 이 있습니다. 어려운 이름이지만 뜻은 단순해요.

작은 브랜드는 두 가지 면에서 손해를 본다.

① 사는 사람이 적고,

② 그 적은 사람들조차 약간 더 자주 사지 않는다.

큰 브랜드와 작은 브랜드의 차이는 "충성도"에서 오는 게 아닙니다. 큰 브랜드는 더 많은 사람이 사기 때문에 큰 겁니다. 그 사람들이 약간 더 자주 살 뿐이고요.

모든 카테고리에서 작동하는 브랜드 성장의 법칙

이 법칙은 식품·생활용품 같은 일상 소비재뿐 아니라 B2B, 패션, 자동차까지 거의 모든 카테고리에서 동일하게 관찰됩니다 (에런버그-바스 연구소는 국가, 카테고리 유형, 충성도 지표를 달리해도 더블 제퍼디 법칙이 동일하게 나타남을 입증했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명확해집니다.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길은 "더 많은 사람에게 도달하는 것" 입니다.

기존 고객의 구매 빈도를 높이려는 캠페인은 효과가 작습니다. 아무리 충성고객이라 하더라도 한 달에 한 번 사는 치약을 일주일에 한 번씩 살까요? 고객의 지갑 사정은 정해져있고, 하루에 양치 3번 할 것을 5번, 10번 하지 않습니다.

그럼 기존 고객은 버려도 되나요?

우선순위의 문제이지 양자택일이 아니다

그건 아닙니다. 여기서 흔히 오해가 생겨요. 샤프가 말하는 건 "우선순위" 의 문제입니다. 기존 고객을 잘 관리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합니다. 문제는 많은 브랜드가 기존 고객에 과도하게 자원을 집중하면서 신규 고객 확보를 포기한다는 점입니다.

기존 고객도 한때는 신규 고객이었다

생각해보세요. 기존 고객은 어떻게 우리 브랜드를 알게 됐을까요. 과거의 어느 시점에 신규 고객이었기 때문입니다. 신규 유입을 멈춘 브랜드는 그 순간부터 천천히 늙어 죽어갑니다. 기존 고객은 자연 이탈하니까요.

매장 한 곳을 운영한다고 가정해볼게요. 단골 100명에게 더 자주 오게 만드는 데 모든 예산을 쓴 가게와, 매달 신규 고객 20명을 꾸준히 데려오면서 단골도 적당히 챙기는 가게. 5년 뒤 어느 쪽이 살아남아 있을까요. 거의 항상 후자입니다.

신규 vs 기존, 비율은 어떻게 가져갈까

데이터로 검증된 비율

이 질문에 대한 가장 신뢰할 만한 답은 영국 광고업협회(IPA)의 데이터에서 나옵니다.

2013년, 마케팅 효과성 연구자 레스 비넷(Les Binet)피터 필드(Peter Field) 는 IPA가 30년간 축적한 996개 캠페인 데이터를 분석한 보고서 『The Long and the Short of It』을 발표했습니다. 700개 브랜드, 83개 업종을 아우르는 마케팅 효과성 연구로써 이 연구가 도출한 결론이 60:40 법칙입니다.

브랜드 빌딩(장기·신규 고객 도달) 60%

세일즈 액티베이션(단기·전환 유도) 40%

여기서 "브랜드 빌딩"은 아직 우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도달해 브랜드 인지를 쌓는 활동이고, "세일즈 액티베이션"은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이 지금 사도록 만드는 활동입니다. 큰 틀에서 보면 신규 고객(브랜드 빌딩) : 기존·임박 고객(액티베이션) = 6 : 4 인 셈이죠.

업종·상황에 따라 어떻게 조정할까

물론 60:40은 평균값입니다. Binet & Field 본인들도 모든 브랜드가 그대로 적용할 황금비가 아니라고 명시합니다.

업종별 가이드라인은 대략 이렇습니다.

  • B2B SaaS, 자동차·부동산 등 고관여 상품: 브랜드 빌딩 비중을 더 높게 (예: 70:30). 구매 검토 기간이 길어 브랜드 인지가 결정적이기 때문.

  • 스타트업·소상공인: 단기 매출 증명이 절실해 반대로 흐르기 쉬움 (40:60 또는 30:70). 다만 브랜드 빌딩을 완전히 0으로 두면 안 됨.

  • 이커머스·D2C 일반 카테고리: 60:40에서 출발해 데이터로 조정.

지키면 좋은 한 가지 원칙

비율이 어떻든, 흔히 빠지는 함정 하나만 피하면 됩니다.

"단기 액티베이션이 측정하기 쉽다는 이유로, 거기에만 예산을 쏟아붓는 것."

ROAS·CPA처럼 즉시 측정되는 지표는 보고하기 좋습니다. 그래서 많은 브랜드가 세일즈 액티베이션 비중을 80~90%까지 끌어올립니다. 사실, 대부분의 메타, 구글 베이스의 퍼포먼스 광고가 세일즈 액티베이션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근 미래의, 어짜피 우리의 제품/서비스를 살 가능성이 큰 잠재고객들을 현재로 영끌(?)하여 지금의 ROAS, CPA를 만들고 있는지 모릅니다.

실무에서 어떻게 적용할까

① 광고 예산이 충분히 신규 고객 "도달"에 쓰이는지 확인하세요

충성 고객 리타게팅에 예산을 몰지 말고, 아직 우리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데 광고 예산을 사용하세요. 도달(Reach)이 빈도(Frequency)보다 우선입니다.

② 멤버십은 "유지" 수단이지 "성장" 수단이 아닙니다

멤버십 프로그램에 과도한 기대를 갖지 마세요. 이미 충성도가 높은 사람에게 보상하는 구조라 매출 성장 기여가 크지 않습니다. 운영하되, "이게 우리 성장 동력"이라고 착각하지 마세요.

③ 브랜드 자산을 일관되게 유지하세요

로고, 색, 슬로건 같은 시각 자산을 자주 바꾸지 마세요. 신규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알아볼 수 있는 단서"가 되니까요. 중요한 것은 매대 앞 고민의 순간, 고객의 마음 속에 우리 브랜드가 떠오르는 것입니다. 코카콜라가 100년 넘게 빨간색을 안 바꾸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④ "어쩌다 한 번 사는 사람"을 무시하지 마세요

매출의 절반은 그 사람들에게서 나옵니다. 그들에게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진입 장벽 낮은 제품·체험 옵션이 필요합니다.

마치며

"신규 고객 한 명 유치 비용이 기존 고객 유지 비용의 5배"라는 말은 자주 인용되지만, 그게 곧 "기존 고객에만 집중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비용이 더 들어도 신규 고객 확보를 멈추면 안 됩니다. 그게 브랜드가 성장하는 거의 유일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브랜드는 충성도로 크는 게 아니라, 도달로 큰다.

오늘 우리 브랜드의 마케팅 예산을 한 번 들여다보세요. 신규 고객에게 도달하는 데 쓰이는 비중이 절반은 되나요. 그게 안 된다면, 지금 다시 미디어믹스를 재조정해야할 지도 모릅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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